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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멸, 추방, 혐오 그리고 ‘핵심현장’
-백영서, 『핵심현장에서 동아시아를 다시 묻다』, 창비, 2013 김항(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지난 세기 전환기에 역사 이해, 미래 전망 그리고 현재 진단을 위한 지식의 지각변동을 이끈 몇 가지 키워드가 있었다. 그중 하나로 ‘동아시아’를 꼽는 데에 이견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소련 해체와 냉전체제 붕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질서에 균열을 가져왔고, 그와 연동하여 19세기 이래의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역사에 대한 발본적 성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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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와 관계 맺는 실천인류학
– 정병호, 『고난과 웃음의 나라 : 문화인류학자의 북한 이야기』, 창비, 2020 이수정(덕성여대 문화인류학) 늘 “괜찮아, 일없어” 하고 웃으며 누구보다 바삐 사람들을 이어왔던 실천인류학자 정병호가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1년이 되어간다. 그의 부재를 실감하는 지금, 한국사회는 여전히 깊은 불화와 불안 속에 있다.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을 지닌 이들 사이의 혐오가 일상이 되었고 세계 곳곳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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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사회에서 공산주의를 다시 말할 수 있을까
―로버트 스칼라피노·이정식, 『한국공산주의운동사』, 한홍구 옮김, 돌베개, 1986(개정 2015) 문미라(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 2025년 4월 17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항일혁명 조선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 행사는 오랫동안 ‘죽은 역사’로 묻혀 있던 조선공산당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역사적 복권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기념식장 주변에는 극우 유튜버와 시위대가 모여들어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들은 이 기념식이 항일을 고리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북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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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사태와 시민적 교양의 의미
― 매슈 아널드, 윤지관 옮김, 『교양과 무질서』, 한길사, 2016(개정판) 윤지관(문학평론가) 매슈 아널드(Matthew Arnold, 1822~1888)의 『교양과 무질서(Culture and Anarchy)』(1869)는 빅토리아 시대로 불리는 영국 19세기 후반의 사회적 갈등과 혼란의 와중에서 출간된 정치평론서다. 도시노동자들의 선거권을 인정한 제2차 선거법 개정(1867)을 전후하여 1년 넘게 벌어진 정치논쟁에서 아널드가 민주주의의 확립을 위해 교양이 다른 어떤 정치적 의제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잘 알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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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핵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토머스 셸링, 이경남․남영숙 옮김, 『갈등의 전략』, 한국경제신문, 2013 구갑우(북한대학원대 교수) 『갈등의 전략』(1960, 개정판 1980)을 쓴 토머스 셸링(Thomas Schelling, 1921~2016)은 2005년 12월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당시 기념강연의 제목은 ‘놀라울 따름인 60년: 히로시마의 유산’(『미시동기와 거시행동』, 한국어판 2009)이었다. 셸링은 1945년 8월 미국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무기를 투하한 이후, 핵전쟁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경제학자로서 1950~1960년대 미국과 소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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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으려는 마음
―장준하, 『돌베개』, 세계사, 1992 정주아(강원대 국어국문학 교수) 회고록은 서술이 이루어지는 시점과 사건이 발생한 시점 간의 ‘시차’가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글쓰기 양식이다. 이때 ‘시차’란 시간의 차이(時差)이기도 하고, 시각의 차이(視差)이기도 하다. 지난한 시간을 견디며 생겨난 이 시차‘들’의 깊이는 때로는 유려한 철학적 사변이나 문학적 상상력보다도 묵직한 감동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사상계 』를 펴낸 언론인이자 군부정권에 필사적으로 저항한 정치인이었던 장준하(張俊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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