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서평

이별의 능력, 아니 큰 사랑 : 김소월과 3․1
―김소월, 『진달래꽃』, 매문사, 1925 송종원(문학평론가) 『진달래꽃』이 출간된 지 어느덧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 시집이 1925년 소월의 스승이던 김억이 경영하던 매문사(賣文社)라는 출판사에서 출간되었고 127편의 시가 실린 234쪽의 두툼한 작품집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요즘의 출간 경향으로 보자면 시집 두 권 분량의 두터운 시집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서지에 대한 정보 유무와 무관하게 이 시집에 실린 구절의 일부라도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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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사회에서 공산주의를 다시 말할 수 있을까
―로버트 스칼라피노·이정식, 『한국공산주의운동사』, 한홍구 옮김, 돌베개, 1986(개정 2015) 문미라(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 2025년 4월 17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항일혁명 조선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 행사는 오랫동안 ‘죽은 역사’로 묻혀 있던 조선공산당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역사적 복권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기념식장 주변에는 극우 유튜버와 시위대가 모여들어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들은 이 기념식이 항일을 고리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북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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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유토피아’론을 맞이하는 한 가지 방법
― 박현옥, 『자본의 무의식 : 자본주의의 꿈과 한민족 공동체를 향한 욕망』, 김택균 옮김, 천년의상상, 2023 김학재(사회학자) “남북한은 이미 자본에 의해 트랜스내셔널 코리아 형태로 통일되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남북관계나 통일문제에 대해 생각해 왔던 기존의 관념을 통째로 뒤흔든다. 우리는 흔히 영토적으로 통합된 하나의 민족 공동체를 통일로 생각하지만 이 책은 1990년대 이후 남북한이 이미 자본주의의 역학으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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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화된 21세기의 혐오와 폭력 이해하기
―아르준 아파두라이, 『고삐 풀린 현대성』, 차원현 외 옮김, 현실문화연구, 2004 김도혜(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1996년 미국에서 출판된 이 책은 인류학자 아르준 아파두라이가 냉전체제 이후 본격화된 세계화(globalization) 현상이 만들어내는 문화적 차원(cultural dimensions)에 대해 분석한 에세이다. 이 책은 미국에서 출판된 이래 여러 언어로 번역되며 사회과학 연구에서 ‘풍경,’ ‘정경,’ 혹은 ‘스케이프’(scapes)라는 개념을 유행시켰다.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지는 않았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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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와 남성성/들을 ‘관계’로 바라보기
― R. W. 코넬, 『남성성/들』, 안상욱·현민 옮김, 이매진, 2013 김소라(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강사) 최근 우리 사회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특정한 정치적 성향과 실천,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제와 혐오를 선동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남성성’이라는 틀로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와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그간 페미니스트들은 한국 사회에서 발견되는 남성성의 특성을 ‘식민지 남성성’으로 이해하고, 젠더폭력에서 발견되는 남성성과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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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사태와 시민적 교양의 의미
― 매슈 아널드, 윤지관 옮김, 『교양과 무질서』, 한길사, 2016(개정판) 윤지관(문학평론가) 매슈 아널드(Matthew Arnold, 1822~1888)의 『교양과 무질서(Culture and Anarchy)』(1869)는 빅토리아 시대로 불리는 영국 19세기 후반의 사회적 갈등과 혼란의 와중에서 출간된 정치평론서다. 도시노동자들의 선거권을 인정한 제2차 선거법 개정(1867)을 전후하여 1년 넘게 벌어진 정치논쟁에서 아널드가 민주주의의 확립을 위해 교양이 다른 어떤 정치적 의제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잘 알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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