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세교연구소

내란사태와 시민적 교양의 의미
― 매슈 아널드, 윤지관 옮김, 『교양과 무질서』, 한길사, 2016(개정판) 윤지관(문학평론가) 매슈 아널드(Matthew Arnold, 1822~1888)의 『교양과 무질서(Culture and Anarchy)』(1869)는 빅토리아 시대로 불리는 영국 19세기 후반의 사회적 갈등과 혼란의 와중에서 출간된 정치평론서다. 도시노동자들의 선거권을 인정한 제2차 선거법 개정(1867)을 전후하여 1년 넘게 벌어진 정치논쟁에서 아널드가 민주주의의 확립을 위해 교양이 다른 어떤 정치적 의제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잘 알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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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누구인가, 국가/민족/나라 안에 존재하는 차이를 인정하기
― 조앤 W. 스콧, 『Parité! 성적 차이, 민주주의에 도전하다』, 국미애 외 옮김, 인간사랑, 2009 배은경(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성적 차이, 민주주의에 도전하다』의 표지에는 빠리떼(Parité)라는 커다란 캘리그래피가 그려져 있다. 패러티(parity), 균등(均等) 정도로 번역되는 이 단어가 책의 원 제목이다. 이 글에서는 책에서 사용된 ‘남녀동수’라는 말 대신 ‘빠리떼’라는 원어 발음 표기를 사용하고자 한다. 단순히 선출직 공직에 남녀가 50/50의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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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고 생각될 때에는 너무 늦은 거다?
― 무스타파 술레이만, 『더 커밍 웨이브』, 이정미 옮김, 한즈미디어, 2024 박재혁(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인공지능 분야 관련 연구를 하는 사람으로서, 챗지피티(ChatGPT)의 출시 이후 요즘 서점가를 휩쓰는 인공지능 관련 대중서적들을 보면 묘한 기시감이 들곤 한다. 특히, 주변 학생들이나 친구들이 “요즘 ×라는 책이 나왔는데, 네 연구 분야랑 관련 있어 보이던데 읽어봤어?”라고 묻는 질문에 가장 흔한 대답은 “응,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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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힘, 한국문학의 저력
― 황정은,『야만적인 앨리스씨』, 문학동네, 2013 유희석(문학평론가, 전남대 영어교육과 교수) 황정은은 한국사회의 고단하고 빠듯한 사람들에 드리운 짙은 어둠을 끈질기게 응시하면서 그 어둠에서 희미하게 밝아오는 삶의 양상을 시적으로 감지하는 작품을 다수 써냈다.『야만적인 앨리스씨』도 그중 하나이다. 문장은 거침없고 투박하면서도 세심하고 섬세하다. 이런 문장들의 행간에 때때로 묵직한 침묵도 실리는데, 경청하는 독자라면 작중에 그려진 인물들의 각양각색 모습과 이들이 제각각 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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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서사의 보고 『완월회맹연』
―완월회맹연 번역연구모임, 『현대역 완월회맹연』(1~6권), 휴머니스트, 2022 김경미(이화인문과학원 교수) 『완월회맹연(玩月會盟宴)』은 안겸제(安兼濟)의 어머니 전주 이씨(1694~1743)가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대하장편소설이다. 총 180권에 달하는 분량은 현재 출간되고 있는 현대역본으로 추산해 보면 4~5백 쪽 분량의 책 18권에 해당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낯설 수 있다. 가람 이병기가 1940년 조선어문학 명저 가운데 이 작품을 포함시키고 “인간행락(人間行樂)의 총서”라고 소개했으나 굴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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