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세교연구소
박멸, 추방, 혐오 그리고 ‘핵심현장’
-백영서, 『핵심현장에서 동아시아를 다시 묻다』, 창비, 2013 김항(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지난 세기 전환기에 역사 이해, 미래 전망 그리고 현재 진단을 위한 지식의 지각변동을 이끈 몇 가지 키워드가 있었다. 그중 하나로 ‘동아시아’를 꼽는 데에 이견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소련 해체와 냉전체제 붕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질서에 균열을 가져왔고, 그와 연동하여 19세기 이래의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역사에 대한 발본적 성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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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를 가질 권리’와 평화의 조건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박미애․이진우 옮김, 한길사, 2017 김은주(철학연구자, 이화여대) ‘정치적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장 근본적으로 탐구한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는 인간이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세계를 구성할 수 있는지를 물어온 20세기 정치철학을 대표하는 사상가이다. 아렌트에게 인간은 타인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지속시킬 수 있는 존재이다. 인간의 존엄은 타인과 더불어 말하고 행위함으로써 세계를 구성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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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 않아서 생겨나는 것
-나오미 클라인, 『도플갱어』, 류진오 옮김, 글항아리, 2024 최민우(소설가) 캐나다 작가 나오미 클라인은 『노 로고』, 『쇼크 독트린』 등의 저서를 통해 글로벌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착취 전략을 파헤침으로써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진보적 행동가다. 이런 소개에 말을 보태면 보통 다음과 같은 단어가 더 따라붙는다. 도발적인, 단호한, 예리한, 논증적인, 실천적인 등등. 이 단어들을 목걸이로 꿸 수 있는 실은 ‘확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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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중심으로 돌봄을 다시 사유하기
– 에바 페더 키테이, 『의존을 배우다』, 김준혁 옮김, 반비, 2023 김수희(피치마켓 본부장, 전 특수교사) 네모난 바퀴를 가진 자전거가 굴러갈 수 있을까? 이 자전거를 굴려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방법에 대해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을 때 종종 건네는 말이다. ‘바퀴를 있는 힘껏 굴린다, 바퀴의 모서리를 깎아서 둥그렇게 만든다, 혹은 자전거를 번쩍 들고 걸어간다’라는 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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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와 관계 맺는 실천인류학
– 정병호, 『고난과 웃음의 나라 : 문화인류학자의 북한 이야기』, 창비, 2020 이수정(덕성여대 문화인류학) 늘 “괜찮아, 일없어” 하고 웃으며 누구보다 바삐 사람들을 이어왔던 실천인류학자 정병호가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1년이 되어간다. 그의 부재를 실감하는 지금, 한국사회는 여전히 깊은 불화와 불안 속에 있다.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을 지닌 이들 사이의 혐오가 일상이 되었고 세계 곳곳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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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능력, 아니 큰 사랑 : 김소월과 3․1
―김소월, 『진달래꽃』, 매문사, 1925 송종원(문학평론가) 『진달래꽃』이 출간된 지 어느덧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 시집이 1925년 소월의 스승이던 김억이 경영하던 매문사(賣文社)라는 출판사에서 출간되었고 127편의 시가 실린 234쪽의 두툼한 작품집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요즘의 출간 경향으로 보자면 시집 두 권 분량의 두터운 시집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서지에 대한 정보 유무와 무관하게 이 시집에 실린 구절의 일부라도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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