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08월 23일
©현실문화연구

지구화된 21세기의 혐오와 폭력 이해하기

―아르준 아파두라이, 『고삐 풀린 현대성』, 차원현 외 옮김, 현실문화연구, 2004 김도혜(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1996년 미국에서 출판된 이 책은 인류학자 아르준 아파두라이가 냉전체제 이후 본격화된 세계화(globalization) 현상이 만들어내는 문화적 차원(cultural dimensions)에 대해 분석한 에세이다. 이 책은 미국에서 출판된 이래 여러 언어로 번역되며 사회과학 연구에서 ‘풍경,’ ‘정경,’ 혹은 ‘스케이프’(scapes)라는 개념을 유행시켰다.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지는 않았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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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진

젠더와 남성성/들을 ‘관계’로 바라보기

― R. W. 코넬, 『남성성/들』, 안상욱·현민 옮김, 이매진, 2013 김소라(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강사) 최근 우리 사회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특정한 정치적 성향과 실천,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제와 혐오를 선동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남성성’이라는 틀로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와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그간 페미니스트들은 한국 사회에서 발견되는 남성성의 특성을 ‘식민지 남성성’으로 이해하고, 젠더폭력에서 발견되는 남성성과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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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누구인가, 국가/민족/나라 안에 존재하는 차이를 인정하기

― 조앤 W. 스콧, 『Parité! 성적 차이, 민주주의에 도전하다』, 국미애 외 옮김, 인간사랑, 2009 배은경(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성적 차이, 민주주의에 도전하다』의 표지에는 빠리떼(Parité)라는 커다란 캘리그래피가 그려져 있다. 패러티(parity), 균등(均等) 정도로 번역되는 이 단어가 책의 원 제목이다. 이 글에서는 책에서 사용된 ‘남녀동수’라는 말 대신 ‘빠리떼’라는 원어 발음 표기를 사용하고자 한다. 단순히 선출직 공직에 남녀가 50/50의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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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힘, 한국문학의 저력

― 황정은,『야만적인 앨리스씨』, 문학동네, 2013 유희석(문학평론가, 전남대 영어교육과 교수) 황정은은 한국사회의 고단하고 빠듯한 사람들에 드리운 짙은 어둠을 끈질기게 응시하면서 그 어둠에서 희미하게 밝아오는 삶의 양상을 시적으로 감지하는 작품을 다수 써냈다.『야만적인 앨리스씨』도 그중 하나이다. 문장은 거침없고 투박하면서도 세심하고 섬세하다. 이런 문장들의 행간에 때때로 묵직한 침묵도 실리는데, 경청하는 독자라면 작중에 그려진 인물들의 각양각색 모습과 이들이 제각각 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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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은 답이 아니라고 끊임없이 말하기

― C.더글러스 러미스, 김종철·최성현 옮김,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개정판), 녹색평론사, 2011 윤은성(시인, 기후생태 활동가) 기후위기를 체감하게 되면서 나는 점차 민주주의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구 지표면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부를 독점한 일부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벌이는 파괴적 활동과 착취 시스템에 의해, 생태계는 전에 없이 ‘절멸’을 향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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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만든 비가시성에 맞서는 글쓰기

―롭 닉슨, 김홍옥 옮김, 『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 에코리브르, 2020 공유정옥(직업환경의학과 의사) 한량없이 느리게 일상적으로 계속되며 피해가 나중에 드러나는 ‘느린 폭력’이 있다. 유해화학물질이나 방사능으로 오염된 물과 공기와 토양을 통해 서서히 병드는, 개발 혹은 보존이라는 명분으로 대를 이어 살아온 땅과 공동체를 빼앗긴 후 난민이 되어 떠돌거나 반대로 보호구역에 격리되는, 종전 후에도 삶터에 남겨진 불발탄과 지뢰와 방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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