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04월 01일

내란사태와 시민적 교양의 의미

― 매슈 아널드, 윤지관 옮김, 『교양과 무질서』, 한길사, 2016(개정판) 윤지관(문학평론가) 매슈 아널드(Matthew Arnold, 1822~1888)의 『교양과 무질서(Culture and Anarchy)』(1869)는 빅토리아 시대로 불리는 영국 19세기 후반의 사회적 갈등과 혼란의 와중에서 출간된 정치평론서다. 도시노동자들의 선거권을 인정한 제2차 선거법 개정(1867)을 전후하여 1년 넘게 벌어진 정치논쟁에서 아널드가 민주주의의 확립을 위해 교양이 다른 어떤 정치적 의제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잘 알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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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누구인가, 국가/민족/나라 안에 존재하는 차이를 인정하기

― 조앤 W. 스콧, 『Parité! 성적 차이, 민주주의에 도전하다』, 국미애 외 옮김, 인간사랑, 2009 배은경(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성적 차이, 민주주의에 도전하다』의 표지에는 빠리떼(Parité)라는 커다란 캘리그래피가 그려져 있다. 패러티(parity), 균등(均等) 정도로 번역되는 이 단어가 책의 원 제목이다. 이 글에서는 책에서 사용된 ‘남녀동수’라는 말 대신 ‘빠리떼’라는 원어 발음 표기를 사용하고자 한다. 단순히 선출직 공직에 남녀가 50/50의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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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핵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토머스 셸링, 이경남․남영숙 옮김, 『갈등의 전략』, 한국경제신문, 2013 구갑우(북한대학원대 교수) 『갈등의 전략』(1960, 개정판 1980)을 쓴 토머스 셸링(Thomas Schelling, 1921~2016)은 2005년 12월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당시 기념강연의 제목은 ‘놀라울 따름인 60년: 히로시마의 유산’(『미시동기와 거시행동』, 한국어판 2009)이었다. 셸링은 1945년 8월 미국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무기를 투하한 이후, 핵전쟁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경제학자로서 1950~1960년대 미국과 소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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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독재시대의 생명평화운동과 장일순의 삶

―한상봉, 『장일순 평전』, 삼인, 2024 김태우(한국외국어대 한국학과 교수) 최근 세계의 중요한 변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매우 비관적이다. 한국 사회는 인류역사상 최악의 합계출산율과 최고의 자살률로 표상되는 ‘압축소멸’(조효제)의 시대를 맞았고, 세계는 인류 실존의 위기나 다름없는 ‘기후위기의 시대’와 ‘전쟁의 시대’(박노자)를 관통하고 있다. 사람들은 지쳤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해 가고 있다. 무위당(无爲堂) 장일순(張壹淳, 1928~1994) 30주기를 맞아 발간된 『장일순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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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으려는 마음

―장준하, 『돌베개』, 세계사, 1992 정주아(강원대 국어국문학 교수) 회고록은 서술이 이루어지는 시점과 사건이 발생한 시점 간의 ‘시차’가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글쓰기 양식이다. 이때 ‘시차’란 시간의 차이(時差)이기도 하고, 시각의 차이(視差)이기도 하다. 지난한 시간을 견디며 생겨난 이 시차‘들’의 깊이는 때로는 유려한 철학적 사변이나 문학적 상상력보다도 묵직한 감동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사상계 』를 펴낸 언론인이자 군부정권에 필사적으로 저항한 정치인이었던 장준하(張俊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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