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2월 02일
창비

박멸, 추방, 혐오 그리고 ‘핵심현장’

-백영서, 『핵심현장에서 동아시아를 다시 묻다』, 창비, 2013 김항(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지난 세기 전환기에 역사 이해, 미래 전망 그리고 현재 진단을 위한 지식의 지각변동을 이끈 몇 가지 키워드가 있었다. 그중 하나로 ‘동아시아’를 꼽는 데에 이견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소련 해체와 냉전체제 붕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질서에 균열을 가져왔고, 그와 연동하여 19세기 이래의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역사에 대한 발본적 성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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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

‘권리를 가질 권리’와 평화의 조건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박미애․이진우 옮김, 한길사, 2017 김은주(철학연구자, 이화여대) ‘정치적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장 근본적으로 탐구한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는 인간이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세계를 구성할 수 있는지를 물어온 20세기 정치철학을 대표하는 사상가이다. 아렌트에게 인간은 타인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지속시킬 수 있는 존재이다. 인간의 존엄은 타인과 더불어 말하고 행위함으로써 세계를 구성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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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타자와 관계 맺는 실천인류학

– 정병호, 『고난과 웃음의 나라 : 문화인류학자의 북한 이야기』, 창비, 2020 이수정(덕성여대 문화인류학) 늘 “괜찮아, 일없어” 하고 웃으며 누구보다 바삐 사람들을 이어왔던 실천인류학자 정병호가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1년이 되어간다. 그의 부재를 실감하는 지금, 한국사회는 여전히 깊은 불화와 불안 속에 있다.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을 지닌 이들 사이의 혐오가 일상이 되었고 세계 곳곳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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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

지금, 한국 사회에서 공산주의를 다시 말할 수 있을까

―로버트 스칼라피노·이정식, 『한국공산주의운동사』, 한홍구 옮김, 돌베개, 1986(개정 2015) 문미라(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 2025년 4월 17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항일혁명 조선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 행사는 오랫동안 ‘죽은 역사’로 묻혀 있던 조선공산당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역사적 복권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기념식장 주변에는 극우 유튜버와 시위대가 모여들어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들은 이 기념식이 항일을 고리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북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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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사태와 시민적 교양의 의미

― 매슈 아널드, 윤지관 옮김, 『교양과 무질서』, 한길사, 2016(개정판) 윤지관(문학평론가) 매슈 아널드(Matthew Arnold, 1822~1888)의 『교양과 무질서(Culture and Anarchy)』(1869)는 빅토리아 시대로 불리는 영국 19세기 후반의 사회적 갈등과 혼란의 와중에서 출간된 정치평론서다. 도시노동자들의 선거권을 인정한 제2차 선거법 개정(1867)을 전후하여 1년 넘게 벌어진 정치논쟁에서 아널드가 민주주의의 확립을 위해 교양이 다른 어떤 정치적 의제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잘 알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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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누구인가, 국가/민족/나라 안에 존재하는 차이를 인정하기

― 조앤 W. 스콧, 『Parité! 성적 차이, 민주주의에 도전하다』, 국미애 외 옮김, 인간사랑, 2009 배은경(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성적 차이, 민주주의에 도전하다』의 표지에는 빠리떼(Parité)라는 커다란 캘리그래피가 그려져 있다. 패러티(parity), 균등(均等) 정도로 번역되는 이 단어가 책의 원 제목이다. 이 글에서는 책에서 사용된 ‘남녀동수’라는 말 대신 ‘빠리떼’라는 원어 발음 표기를 사용하고자 한다. 단순히 선출직 공직에 남녀가 50/50의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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