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적인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 오카모토 다카시, 강진아 역, 『중국사, 어떻게 읽을 것인가』(투비북스, 2023)
이욱연(서강대학교 중국문화학과)
요즘 중국은 ‘중국적인 것’에 진심이다. 정치적·학술적 차원에서, 심지어는 소비와 문화 트렌드로서 중국적인 것에 관심이 높다. 중국적인 것에 관한 관심은 먼저 중국 학계에서 1990년대 중후반에 시작되었다. 중국적인 것, 범박하게 말해서 중화성(Chineseness)을 근대성을 극복할 대안으로 제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주로 인문사회 학술계에서만 논의하였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공산당이 중국적인 것을 발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2022년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신시대를 선언하면서 중국공산당 당장(黨章)을 개정하여, “중국식 현대화로 중국몽(夢)을 이루는 것이 신시대 중국공산당의 중심 임무”라고 규정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국식’이다. 현대화는 새로울 게 없다. 중국은 근대 이후 늘 부강한 현대 중국을 꿈꾸어 왔다. 그것이 마오쩌둥 방식이든, 덩샤오핑 방식이든 목표는 같았다. 그런데 이제 그 앞에 ‘중국식’이라는 수식이 붙었다. 서구식이나 미국식이 아니라 ‘중국식’으로 현대화를 이루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중화의 부흥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적인 것’에 진심인 최근 중국의 흐름을 중국 밖에서는 부정적으로 본다. 시진핑 체제를 합리화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일 뿐이라고 본다. 자유주의 시각이든 마르크스주의 시각이든 중국적인 것을 강조하는 것은 근대 보편주의에서 벗어난 중국 예외주의나 중국 특수주의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 밖에서 시진핑 시대 중국과는 다른 맥락으로 ‘중국적인 것은 있다’라면서 중국적인 것을 발굴하는 학술적 흐름도 있다. 일본의 중국 역사학자 오카모토 다카시(岡本隆司)의 신작 『중국사, 어떻게 읽을 것인가』가 바로 그런 흐름을 보여준다.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였던 이 책의 원래 제목은 『교양으로서 중국사(教養として中国史)』이다. 저자 오카모토는 일본인은 중국을 모른다는 도전적인 문제 제기로 이 책을 시작한다. 그는 왜 일본은 중국을 모른다고 말하는가? 저자는 일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서양의 사고방식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본인이-인용자) 옳다고 믿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리고 민주주의나 자본주의도 원래는 서양의 극히 일부 지역에서 생겨나서 선택된 시스템에 지나지 않”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인과 중국인이 외양이 비슷한 것에만 주목한 채 “사물에 대한 생각이나 사고 패턴, 행동 기준이나 가치관 등 내면이 크게 다르다”라는 걸 생각하지 않아서 일본인이 중국을 아는 데 실패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중국을 이해할 때, 중국 밖에서 궁금한 것은 중국에서 중산층이 넓게 형성되는 데도 왜 민주화가 일어나지 않는지, 중국은 왜 하나의 중국에 집착하는지, 왜 중국공산당은 일당 집권을 지속할 수 있는지, 정치는 사회주의, 경제는 시장 메커니즘이라는 이중 구조가 어떻게 가능한지 등등이다. 이런 문제는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주제로, 여러 관점에서 이 문제에 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 민주화 문제의 경우, 중국공산당의 철저한 억압과 통제, 중국인의 민주의식 박약이라는 차원에서 그 답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런데 오카모토 다카시는 이렇게 서구 근대를 보편으로 전제하고서 답을 찾는 시각으로는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본다. 중국 역사의 구조를, 그 구조가 지닌 서구나 일본과 다른 점을 알아야 중국의 오늘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의 목표가 “중국의 개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오카모토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중국사에 관한 세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중국적인 것을, 중국의 구조적 개성을 발굴하고 그 의미를 해설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 책이 대중 교양서로 나왔지만 그 넓이와 깊이가 만만치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강조하는 중국의 개성은 무엇인가? 그는 그 대표적인 중국의 개성으로 이원구조를 든다. 외부세계를 화(華)와 이(夷) 즉, 중화와 오랑캐로 보는 것이라든지, 사대부 지배층인 사(士)와 피지배층 서(庶)로 나뉜 정치사회 구조가 대표적인 이원구조다. 이런 이원구조 때문에 정치는 사회주의로서 공산당 정권이 독재하면서도 경제는 시장과 민간에 맡기는 분업이 성립한다고 본다. 그의 중국 개성에 관한 강조는 중국의 민주주의에 관한 논의에도 이어진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일당독재가 일종의 체질이라는 것 그리고 “중국인 이상 커야 하고, 커야지만 중국이라고 할 수 있고, 이것이 중국인의 정체성”인데, 중국은 민주화에 맞는 사이즈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중국사를 관통하면서 중국적인 것을, 중국의 개성을 발굴하는 오카모토 다카시의 관점은 중국 연구 계보로 보자면 근대보편주의가 아니라 중국 특수론이자 중국 예외론에 속한다. 서구와 다른 중국적인 것이 있다고 본다는 점에서는 시진핑 시대 중국에서 유행하는 관점과 방법론적으로 유사하다. 하지만 중국적인 것에 대한 의미 부여는 다르다. 시진핑 시대 중국에서처럼 중국의 특수성을 대안 문명이나 서구 근대 극복이라는 차원에서 그 의미를 강조하지 않는다. 그의 일차적 관심은 서구와 다른 중국적인 것을 드러내는 데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중국에는 중국 특유의 풍토와 역사, 그리고 그곳에서 자라난 문화와 시스템이 있습니다. 서양의 그것과는 다른 겁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거나 옳다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다른’ 것입니다.” 중국 이해를 위해서 먼저 중국의 다른 개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오카모토 다카시의 관점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런 그의 중국사 해석을 두고, 학술적인 차원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그가 중국사의 이원구조 속 두 요소의 상호 관계를 지나치게 정적인 고정 실체로 보는 점, 중국을 단일한 유교 세계, 특히 주자학적 세계로 보는 관점의 문제점 등 여러 학술적 쟁점이 있다. 중국사를 관통하는, 저자 용어로 ‘중국의 개성’을 드러내려는 의욕이 지나쳐서, 구조의 지속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그 변형에 상대적으로 덜 주목한 문제점도 있다.
학술적인 쟁점 차원을 넘어 이 책의 관점 자체가 대중국 관계 설정 차원에서도 논란일 수 있다. 이 책을 번역한 중국 역사학자 강진아 교수는 자신의 논문과 역자 후기에서 이런 저자의 관점을 중국 절연론이라고 정리한다. 중국은 애초에 이렇게 다른 나라이니까, 중국이 민주화되거나 서구 근대와 같은 사회로 수렴된다는 기대를 접고, 그냥 그렇게 살도록 두라는 중국 절연론으로 해석한다. 일본에서 간혹 대두하는 중국 이질론의 연장에서 해석한다. 물론 평소 저자의 우파적 성향을 고려하여 이렇게 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 한정하여 볼 때, 그가 중일관계 재설정을 말하기는 하지만 이를 중국과 절연해야 한다는 차원으로 보는 것은 과잉 해석이라고 본다. 이 책을 읽을 때 우선 필요한 것은 저자를 따라가면서 중국사가 지닌 서구와 다른 중국적 개성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일이고, 그런 중국적 개성을 한국 입장에서 어떻게 이해할지 고민하는 일이라고 본다. 중국적인 것을 보는 관점이 어느 때보다 갈리는 때다. 중국 밖에서는 서구 근대주의 관점에서 중국적인 것을 과잉부정하고 중국 안에서는 과잉 긍정한다. 중국적인 것을 어떻게 볼지는 중국에 대한 한국적 시각 모색에서 중요한 관건이라는 점에서, 저자가 제기하는 중국적인 것이 지닌 의미를 여러 각도에서 찬찬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중 대립 시대, 미국 공부와 중국 공부가 절실한 때이다. 그런데 우리의 중국 이해는 예나 지금이나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일본인이 서구의 관점에서 중국을 보는 데 익숙하여 중국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중국을 잘 안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오카모토 다카시의 지적은 일본인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그 지적에서 한국인도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역시 서구의 시각에 길들여져 중국의 다름을 보지 못하거나 중국이 한국과 비슷하다는 생각으로 중국사의 구조가, 중국인의 사고와 가치관이 우리와 다른 점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문제는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학술 차원만이 아니라 한국의 미래 전략을 위해서도 중국을 어떻게 볼지에 대한 진지한 대화와 논쟁이 필요하다. 오카모토 다카시의 책은 중국적인 것, 그 다름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거시적 시각은 물론이고 중국을 보는 한국적 시각을 모색하는 데 필수적인 여러 쟁점과 논쟁거리가 들어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미중 대립 시대, 한국인의 중국 이해와 대중국 관계 설정을 위한 유용한 공부 거리이다. □